경차나 소형차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기 불황 속 통설이 무색하다.
5m가 넘는 초대형 SUV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실내 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 플래그십 모델 선호 트렌드, 그리고 차를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공간’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형 SUV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신형 팰리세이드, 1년 대기에도 불티
현대자동차가 6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로 내놓은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전장이 전작보다 65mm 늘어난 5060mm로, 5m를 넘겼다. 큰 차체로 인해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정반대였다.
올해 1분기 팰리세이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6% 급증한 1만983대를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신형 팰리세이드 사전계약 건수는 총 4만5000대, 이 중 약 70%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대기 기간은 최대 1년에 이를 정도로 긴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넓은 실내 공간과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이 맞물려 패밀리카, 캠핑카 수요 모두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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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출시 당일 3개월치 완판
미국을 대표하는 풀사이즈 SU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국내에서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부분 변경 신형 모델은 출시 당일 초도 물량 3개월치가 완판됐다.
특히 전장이 무려 5790mm에 달하는 롱휠베이스 트림 ‘ESV’는 국내 도로 환경을 감안하면 운전이 쉽지 않지만, ‘쇼퍼드리븐’ SUV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대형 SUV를 단순 이동이 아닌, 업무·휴식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고급 수요가 몰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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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7, 카니발도 여전한 인기
신차는 아니지만, 대형 SUV 수요를 이끌고 있는 모델은 또 있다.
- BMW X7: 전장 5180mm. 올해 1분기 판매량 1227대, 전년 대비 17.9% 증가.
- 기아 카니발: 전장 5155mm. 작년 8만2309대 판매, 국내 승용차 시장 판매량 2위.
- 포드 익스플로러: 전장 5050mm. 1분기 판매량 931대, 전년 대비 268% 급증.
대형 SUV 시장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꾸준히 성장 중임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왜 대형 SUV를 선호할까?
좁은 도로, 협소한 주차장. 이런 한국의 교통 환경을 감안하면 대형 SUV는 불편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대형차가 인기인 이유는 ‘공간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다.
팬데믹 이후,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휴식, 업무, 레저까지 아우르는 개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차박(차+숙박), 캠핑, 원격근무 등의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보다 넓고 쾌적한 실내를 가진 대형 SUV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게다가 대형 SUV는 플래그십 모델로서 첨단 기술, 고급 소재, 편의 기능이 집중 탑재된다.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대형 디지털 계기판, 마사지 시트,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중형 이하 모델과는 차별화된 고급 사양이다.
완성차 업계 전략: "차는 더 커진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춰 신형 모델의 전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수입차 브랜드 모두 플래그십 SUV를 적극 출시하고 있으며, 심지어 세단이나 CUV 모델도 점차 대형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대형 SUV는 단가와 마진이 높아 제조사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불황기에도 꾸준한 수익원이 될 수 있어 향후에도 대형 SUV 라인업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으로 연비 부담까지 낮추면서, 더 많은 소비층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대표적 사례다.
✅ 요약 한 줄
5m 넘는 대형 SUV, 주차 걱정에도 대기 1년…넓은 실내와 하이브리드 경제성으로 '공간의 가치를 잡았다'
